screts with you / giovanni marradi세월도 이사를 하는가 보다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할 시간과 공간을 챙겨기쁨과 슬픔, 떠나기 싫은 사랑마저도 챙겨거대한 바퀴를 끌고어디론가 세월도 이사를 하는가 보다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기억 속에는 아직도 솜틀집이며 그 옆 이발소며이빨을 뽑아 지붕 위로 던지던 기와의 너울들마당을 지나 아장아장 툇마루로 걸어오던햇빛까지 눈에 선한데정작 보이는 것은 다른 시간의 사람들뿐저기 부엌이 있던 자리지금은 빌라가 들어선 자리그 이층 베란다쯤 다락방이 있던 자리엄마가 저녁밥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가가슴에 초승달처럼 걸려있다.몇 년 만에 아기를 업고 돌아온 고모와고모를 향해 소리를 지르던 아버지는말없이 펌프질을 하던 할머니는그 마당 그 식솔과 음성들 그대로 끌고모두 어디로 갔을까낯설어 더 그리운 골목길을 나오는데문득 내 마음속에 허공 하나가 무너지고 있었다허공의 담장 너머 저기휘어진 골목 맨 끝기억의 등불 속에 살아 오르는 것들오, 그렇게 아프고 아름답게 반짝이며살고 있는 것들.권대웅 - 휘어진 길 저쪽astor piazzolla "oblivion" / younsun n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