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껴안고 잠든 밤이 있었지,
창 밖에는 밤새도록 눈이 내려
그 하얀 돛배를 타고 밤의 아주 먼 곳으로 나아가면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에 닿곤 했지,
산뚱반도가 보이는 그곳에서 너와 나는
한 잎의 불멸, 두 잎의 불면, 세 잎의 사랑과
네 잎의 입맞춤으로 살았지,
사랑을 잃어버린 자들의 스산한 벌판에선
밤새 겨울밤이 말달리는 소리, 위구르,위구르 들려오는데
아무도 침범하지 못한 내 작은 나라의 봉창을 열면
그때까지도 처마 끝 고드름에 매달려있는
몇 방울의 음악들,
아직 아침은 멀고
대낮과 저녁은 더욱더 먼데
누군가 파뿌리 같은 눈발을 사락사락 썰며
조용히 쌀을 씻어 안치는 새벽,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같은 눈이 내리지
음악들 / 박정대 詩集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같은 눈이 내리지" 중에서
♪ weber clarinet concerto no.1 in f minor op.73 - Ⅱ adagio ma non troppo
블로그21
2007.01.07 22:18
너를 껴안고 잠든 밤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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