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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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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詩 / 곡,노래 안치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푸른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려면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시라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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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희 2006.11.03 15:40
    유감스럽게도 지리산엘 못가보아서 인지.
    이 시 전체가 가슴 벅차며, 그 모습이 궁금하네...기대되네....
  • ?
    송보호 2006.11.04 09:13
    쌍계사를 거쳐 불일폭포까지, 대원사를 거쳐 그 위까지,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지금은 다니는 사람이 없다는) 3번을 갔는데 예전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위에
    노래말처럼 느끼며 느릿느릿 다녔었는데.
    노고단의 산철쭉이 가득했던 장면이.. 지금은 엄두가 안나네. 그림도 좋고 노래도 좋습니다.
  • ?
    김애수 2006.11.05 13:03
    이 노래를 듣고 있으니까 4년전에 지리산에서 다리아퍼서 힘들었던 생각이나네요
    가슴이 벅찬 노래처럼 다시 지리산에 가고 싶네요. 겸허한 마음으로.. 언제나 첫 마음처럼..
    좋은 노래 소개 해주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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