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등불 남기고 가시다

by 김윤준 posted Apr 1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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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추도하며 / 신중신(다니엘)


어지신 우리 목자께서
그 위대한 생애를 접으셨습니다.
거룩한 보편교회 믿음의 아버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필요로 하는 어디에나 함께 자리했던
사랑과 화해의 사도께서
지상 순례를 마감하셨습니다. 오, 정녕!

당신 초상을 떠올리면
까닭 모를 벅찬 감동이,
당신의 예언자적 권유와 호소를 되새겨보면
절로 눈시울이 뜨거워 옵니다.
당신의 말씀, 당신의 기도
세계 곳곳에서 드러나는 불행을 근심하며
애통해 하시는 모습은
인류의 잠든 영혼을 흔들어 깨웁니다.

천국에 가셔서도
먼저 그 나라에 꿇어 입맞추셨습니까?
자애로운 성모님을 뵈온 후
천주 성부께 나아가 엎드려
이승의 불쌍한 이웃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젊은이에게 기쁨의 빛을,
어린이 향한 은총을 청원하십니까? 오, 정녕!

갸륵한 그리스도의 종의 종.
한없이 다감하게, 그러고도 지혜롭게 건사한
「어부의 반지」며 「베드로의 지팡이」
마냥 콧날이 시큰해집니다.
시대의 징표를 꿰뚫어 읽고
당신께 맡겨진 십자가 지고 묵묵히 걸은
그 예지, 그 성덕을 생각하면
심장 뜨겁게 박동칩니다.

오, 인간 정신 속에 각인된
누천년 세월도 지우지 못할 음성,
「사랑은 회개하게 하고 평화를 갖다 줍니다」
-우리 가슴 깊숙이 드리워진
이 불멸의 등불을.
한 시대 정수리에 쏟아붓는
진리의 빛을. 오, 정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