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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블로그21
2004.08.07 15:17

식탁이 밥을 차린다

조회 수 407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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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이 밥을 차린다

밥이 나를 먹는다

칫솔이 나를 양치질한다

거울이 나를 잡는다 그 순간 나는 극장이 되고

세미나 룸이 되고

흡혈귀의 키스가 되고

극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가지 일들이

거울이 된다

켈빈 클라인이 나를 입고

나나리치가 나를 뿌린다

CNN이 나를 시청한다

타임즈가 나를 구독한다

신발이 나를 신는다

길이 나를 걸어간다

신용 카드가 나를 소비하고

신용카드가 나를 분실 신고한다

시계가 나를 몰아간다 저속 기어로 혹은 고속 기어로

내 몸은 갈 데까지 가보자고 한다

비타민 외판원을 나는 거절한다

낮에는 진통제를 먹고

밤에는 수면제를 먹으면 된다

부두에 서 있고 싶다

다시 부두에......

시티 은행 지점장이 한강변에서 음독 자살을 하고

시력이 나쁜 나는 그 기사를 읽기 위해

신문지를 얼굴 가까이 댄다

신문지가 얼굴을 와락 잡아당겨

내 피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그 신문이 된다

몸에서 활자가 벗겨지지 않는다

- 식탁이 밥을 차린다 / 김 승희


radioactivity / kraftwe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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