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
l.
얼마나 아름다우냐.
내 잠시 눈길로도 활짝 웃는 들꽃
저희들 끼리 머리 맞대고 사운 대는 소리
나 얼마를 더 살면
밟혀도 소리하지 않고 일어서는
저 풀들의 무심을 배우랴
외롭고 하찮은 것들도 보듬어 안으면
이웃이고 친구인 것을
구름은 구름끼리 만나 즐겁고
바람은 바람끼리 만나 흥겨운 것을
그렇지 않으냐. 친구여
ll.
여기였구나.
둥근달 담 너머 기웃거릴 때
마당 가운데 모닥불 타오르던 곳
거기 신라여관
모처럼 검정교복 벗어버리고
기타소리에 어설픈 트위스트
연 분홍빛 몸살을 앓던 곳
lll.
너였었구나.
이름 생각나지 않아 차마 머뭇거렸던
오월이면 살구 꽃 피는 고향마을 생각 난다던
바로 너였었구나.
삼 십년 넘게 접어 두어도
구겨지지 않는 기억들
닦을수록 맑아지는 거울처럼
추억은 문지를수록 영롱해 지는 것
사노라 잃어버린 세월쯤이야
추억의 아름다움에 비기겠느냐
이제, 그 때 그 노래
잊었던 노래 한 번 불러보자
노을은 다만 노을일 뿐
햇살은 눈 부시고 풀잎은 푸르다
친구여
2004.5.1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