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기와장 등판에 자신의 무늬를 만들고 있다
이방의 나라에 도착한 설백의 분자들이 먼저 추락한 동료의 몸 위에 스스로를 누이고 나면
이미 나도 없고 너도 없는 하얀 백색 뿐, 어디에도 선을 긋지 않고 만났다 흩어지고
나중에 온 것들을 위해 미련 없이 묻혀주는 섭리,
진정한 사랑은 그런 것이려니......
평범한 것이 결코 평범하지 않더라는 사실을 안 것은 사진을 하고 10년쯤 되어서 부터일테다
팔이 없어 안아주지 못하는 슬픈 그림자처럼 제 설움에 제가 겨워 훌쩍거리며 하늘한 번 쳐다
보며 얼어붙은 강가를 걷던 시간도 이젠 추억의 시간 속에 묻었다
어두운 그늘 속에 있으면 춥지만 저 기와의 굴곡을 따라 봉긋한 능선을 올라서면 따사로운 양지다
하얀 눈이 세상을 풍요롭게 하듯 이젠 나의 사진이 누구에게 눈도 되고 양지도 되고 봄도 되는.......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
빛의 미동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