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백색 (창경궁에서)

by 김용민 posted Jan 22, 201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하얀 눈이 기와장 등판에 자신의 무늬를 만들고 있다

이방의 나라에 도착한 설백의 분자들이 먼저 추락한 동료의 몸 위에 스스로를 누이고 나면

이미 나도 없고 너도 없는 하얀 백색 뿐, 어디에도 선을 긋지 않고 만났다 흩어지고

나중에 온 것들을 위해 미련 없이 묻혀주는 섭리,

진정한 사랑은 그런 것이려니......

 

평범한 것이 결코 평범하지 않더라는 사실을 안 것은 사진을 하고 10년쯤 되어서 부터일테다

팔이 없어 안아주지 못하는 슬픈 그림자처럼 제 설움에 제가 겨워 훌쩍거리며 하늘한 번 쳐다

보며 얼어붙은 강가를 걷던 시간도 이젠 추억의 시간 속에 묻었다

어두운 그늘 속에 있으면 춥지만 저 기와의 굴곡을 따라 봉긋한 능선을 올라서면 따사로운 양지다

하얀 눈이 세상을 풍요롭게 하듯 이젠 나의 사진이 누구에게 눈도 되고 양지도 되고 봄도 되는.......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