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 이름에 ‘酉’자가 들어 있으니 닭의 해임이 분명하다.
최근 몰아닥친 유례없는 AI 사태로 닭이 수난을 당하고 있으나 닭은 우리 인류에게 매우 유익한 가축이다. 영양의 보고인 달걀도 주고, 최고의 단백질으로서 고기도 주고 있으며 더군다나 이른 아침에는 ‘꼬끼오’라는 외침으로 사람들을 꺠우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그래서 닭은 유익한 동물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 주위에는 닭에 대한 그림도 많다. 민화(民畵)에도 나오고, 유명한 화가들도 닭을 그림의 소재로 삼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 경우도 사연이 있는 닭 그림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중학교(附中) 시절 미술 선생님을 역임하셨고 곧이어 서울대 미대로 자리를 옮기신 노석(老石) 신영상(辛永常) 교수님의 작품이다. 辛 교수님은 附中 재직시절(1964년경) 대한민국 국전에서 대통령상 없는 문교부장관상―그러니까 1등이 없는 2등상을 수상하신 동양화 화가이시다. 내가 당시 신문에서 그 기사를 보고 감탄한 바도 있었다.
그 후 辛 화백님을 다시 만난 것은 내가 미국 가기 전인 1979년 초쯤인 것 같다. 당시 나는 중앙일보 기자직을 그만두고 유학준비차 모교의 대학신문 일을 맡고 있어 한국화에 대한 辛 화백님의 글을 몇 번 실어드렸는데 내가 附中ㆍ高를 나온 것에다 미국 간다는 것을 아시고 여비에 보태 쓰라고 당신의 닭 그림 작품 한 점(약 7호짜리)을 주신 것이다. “화랑에 내다 팔면 한 30만 원쯤은 받아...” 하시면서 말이다. 물론 이 그림을 화랑에 처분하지는 않고 표구를 잘해 지금까지 약 40년간 소중하게 보관해 왔다.
이런 사연이 있기에 닭의 해인 丁酉年을 맞아 辛 화백님의 그림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암ㆍ수컷으로 보이는 두 마리의 닭이 서로를 기대면서 편히 앉아 있는데 사람으로 치면 마치 수십 년을 살아온 ‘반려자 관계’를 형상화한 것 같아 나이가 들수록 이 작품에 더욱 애착이 간다.
저도 아렴풋이 생각나는 미술 선생님.
이 옛 노래를 들으며 아련한 옛날 생각에 젖어 봅니다.
연 노랑 봄날같은 그런 날들...
또 한편으론
바쁜 중에도 관계를 아주 소중히 하면서
좋은 사연 많이 만들며 살아오신
서항씨가 대단하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