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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블로그21
2017.01.03 11:27

닭 그림 한 점

조회 수 271 추천 수 0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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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 이름에 자가 들어 있으니 닭의 해임이 분명하다.

최근 몰아닥친 유례없는 AI 사태로 닭이 수난을 당하고 있으나 닭은 우리 인류에게 매우 유익한 가축이다. 영양의 보고인 달걀도 주고, 최고의 단백질으로서 고기도 주고 있으며 더군다나 이른 아침에는 꼬끼오라는 외침으로 사람들을 꺠우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그래서 닭은 유익한 동물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 주위에는 닭에 대한 그림도 많다. 민화(民畵)에도 나오고, 유명한 화가들도 닭을 그림의 소재로 삼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 경우도 사연이 있는 닭 그림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중학교(附中) 시절 미술 선생님을 역임하셨고 곧이어 서울대 미대로 자리를 옮기신 노석(老石) 신영상(辛永常) 교수님의 작품이다. 교수님은 附中 재직시절(1964년경) 대한민국 국전에서 대통령상 없는 문교부장관상그러니까 1등이 없는 2등상을 수상하신 동양화 화가이시다. 내가 당시 신문에서 그 기사를 보고 감탄한 바도 있었다.

     

   그 후 화백님을 다시 만난 것은 내가 미국 가기 전인 1979년 초쯤인 것 같다. 당시 나는 중앙일보 기자직을 그만두고 유학준비차 모교의 대학신문 일을 맡고 있어 한국화에 대한 화백님의 글을 몇 번 실어드렸는데 내가 附中를 나온 것에다 미국 간다는 것을 아시고 여비에 보태 쓰라고 당신의 닭 그림 작품 한 점(7호짜리)을 주신 것이다. “화랑에 내다 팔면 한 30만 원쯤은 받아...” 하시면서 말이다. 물론 이 그림을 화랑에 처분하지는 않고 표구를 잘해 지금까지 약 40년간 소중하게 보관해 왔다.

     

   이런 사연이 있기에 닭의 해인 丁酉年을 맞아 화백님의 그림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암ㆍ수컷으로 보이는 두 마리의 닭이 서로를 기대면서 편히 앉아 있는데 사람으로 치면 마치 수십 년을 살아온 반려자 관계를 형상화한 것 같아 나이가 들수록 이 작품에 더욱 애착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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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자 2017.01.06 18:21
    정말 그림이 멋지네요.
    저도 아렴풋이 생각나는 미술 선생님.
    이 옛 노래를 들으며 아련한 옛날 생각에 젖어 봅니다.
    연 노랑 봄날같은 그런 날들...

    또 한편으론
    바쁜 중에도 관계를 아주 소중히 하면서
    좋은 사연 많이 만들며 살아오신
    서항씨가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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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옥 2017.01.07 23:12
    그림 정말 멋져요.
    두 마리의 닭이 서로 기대어 의지하고 있는 듯한 모습~~

    의미 있는 작품이 우리 가곡 '그집 앞'과 어울려
    가슴을 울리네요.

    그림 한 점,시 한 편도 허투로 보지 않고
    소중히 여기는 서항씨도 참 멋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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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의 2017.01.08 13:20
    신영상 선생님과 방과 후 화실을 함께 쓰면서(오정희도) 거의 매일 열심히 그리면 저녁으로 자장면 배달시켜 주셨던 선생님.
    묵상하시다 모든열정을 붓에 담아 그림을 시작하시던 모습이 영감적이였어요.
    나의 Bio에 내게 영감 주신 분으로 소개되는 선생님 - 뵙고싶네요,
    인터넷에서 찾아낸 선생님의 글과 그림 두점을 찾고 얼마나 기뻣는지.. 근데 다시 이 그림을 대하니 이건 대박 - 반갑네요,
    혹씨 서항씨 교수님 연락처 알고 계시면, 제 이메일로 연락 주심 감사하겠습니다. 이경의
    ktuchapsky@gmail.com
  • ?
    이서항 2017.01.08 18:37
    우리 중 고교시절 참 훌륭하고 좋으신 선생님들이 많으셨죠. 신 화백님은 제가 90년도 중반에도 뵈어
    제 부탁으로 제 대학은사이신 구범모 교수(원로 정치학자) 화갑 축하그림도 그려주셨는데 구 교수님은 그 그림을 가보처럼 여기고 있답니다. ㅋ ㅋ 이경의씨는 미국에 사신다는 말을 들었는데 새해에 더욱 건강하시고 복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 ?
    이경의 2017.01.08 22:08
    네, 모두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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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항 2017.01.09 13:58
    이렇게 황망한 일이.....저도 그동안 신 화백님을 뵙지 못하다가 연락처를 알아 달라는 이경의씨 부탁을 받고 서울대 미대에 연락했더니 며칠 전 소천하셔서 1월 4일 장례식을 치루셨다네요. 향년 82세.
    삼가 선생님의 명복을 빌 뿐입니다.
  • ?
    오정희 2017.01.11 22:35
    며칠 전 이서항씨의 글과 함께 필선의 기운에 생기 충만한
    신영상 선생님의 작품을 감상하노라니 그 분이 몹시 뵙고 싶어졌습니다.
    아쉽게도 경의는 멀리있으니 이서항씨에게 선생님을 찾이 뵙자는 제안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었습니다.
    그러나 이서항씨가 이글을 올리기 전 날인 2일에 이미 소천하셨다니요...
    진정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정지된 듯 고요하나 역동적 운필이었던 선생님의 작품들...그런 듯 아닌 듯 희미하게 떠오릅니다.
    경의의 말대로 우리에게 심미안을 키워주셨으며 학생들의 소질 계발에 정성을 쏟으셨습니다.
    자연과 생활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 늘 마음에 두고 그림으로 표현하기를 부탁하셨으며,
    방과 후 종일토록 그림지도를 하신 후 우리들과 헤어질 땐 언제나 후한 미소로 마무리를 하셨습니다.
    훗 날 생각하니 미술 실력과 함께 인성의 가치도 몸소 가르치셨던 참 좋은 선생님이셨습니다.

    삼가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 ?
    이은식 2017.01.13 22:21
    이서항씨 글 읽으니 옛날에 즐겨읽었던 '이규태 칼럼' feel이 나네요.
    닭해에 닭그림과 연관된 추억을 선명하게 재현하는 격조있는 글
    재미있습니다.
  • ?
    이은식 2017.01.13 22:27
    이경의! 반갑네~
    30주년때 먼길 와주었던게 곧 20년이 되오네.
    작년 겨울 미국갔을때 뉴욕서 보스턴 조카보러 Acer 기차를 탔는데
    Providence에 정차하더라구.
    그때 네가 그곳에 산다던 말이 떠올라 '아~이경의가 사는 동네구나!'
    하며 지나갔었단다.
  • ?
    최영해 2017.02.08 12:22
    서항씨가 올려 준 신영상 선행님의 그림을 보고 그림에 내재된 선생님의 아름다운 혼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마음속으로만 새기던 선생님의 모습과 추억에 죄스러운 마음을 느낍니다. 이렇게도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신 선생님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에 대한 죄책감과 죄송스럽다는 마음을 고백합니다.

    중학교 시절 나의 담임 선생님은 김혜원 영어선생님 이셨고 나는 그 선생님을 무척 좋아해서
    매일 별 일도 없이 교무실을 들락거리며 이것 저것 일꺼리를 만들었었다.
    그런데 하루는 김선생님이 교무실 책상에 앉아 훌쩍거리며 울고 계신 것이였다. 신영상 선생님이
    가까이에서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계셨고. 나중에 안 일이지만 당시 두 분 다 미혼이셨던
    선생님들은 나름대로의 젊음의 아픔을 겪고 계셨던것 같다. 그 때부터 나는 신영상 선생님을 몹시
    싫어했고 우리 선생님을 괴롭히고 찝적대는 니글이 선생님으로 낙인 찍었었다.

    우리가 학년을 마칠 즈음, 김혜원 선생님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셨다.
    신영상 선생님에 대한 나의 기억은 이것으로 끝이 났다.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시는 선생님을 너무 홀대한 것 같아 죄소런 마음 그지 없다.
    더구나 돌아가셨다니, 삼가 고인의 영전에 나의 잘못을 사과드리며 명복을 빈다.

    훌룽하신 선생님들과 끈끈한 정을 이어온 서항씨가 부럽고 대단해 보인다.
  • ?
    이서항 2017.02.10 10:05
    열정과 재능을 두루 갖추신 신 영상 화백님을 다시한번 회고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 나름대로의 '젊음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던 기회도 되었구요...우리에게 추억을 가져다 주신 선생님의 명복을 다시한번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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