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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블로그21
2016.01.18 20:10

1월 강 ( 얼음나무)

조회 수 157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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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엊그제 내린 눈이 녹지 않은 겨울 강은 하얀엽서 같다

               얼음 속을 비집고 나와 눈밭에 드러누운 겨울나무의 벗은 알몸이 매혹적이다

               질펀하다거나 농염하기보다는 정갈하고 단아하다

               휘어지고 틀어지면서도 균형을 잡아가며 함부로 가지를 뻗지 않고 욕망을 다스리는 모습에서

               나무의 기품을 읽는다

               굵고 가는 선율 따라 떨리는 몸 끝이 그린 한 생의 잔영은 노련 화가가 붙 끝으로 그려낸 한 폭의

               담채화다

 



                발 묶인 나무를 위하여 하늘은 바람을 풀어 놓는다던가

                푸른 나무 그림자 사이로 겨울 강바람이 살랑이며 드나든다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 나무는 발부리에 얼마나 힘을 주고 있을까

                다가오고 떠나는 것들의 끈질긴 유혹을 참아내려 겨우 내내 찬물에 담금질을 하고 섰는 여리고도

                강인한 목숨, 그 긴 기다림 안에 외로움이 산다

                그 외로움으로 나무는 꽃을 피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 긴 적요는 무심함이 되고 너무 깊은 슬픔은 눈물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지나간 시간 속에 굳어버린 아련한 기억의 편린들, 얼음 위에 나무는 그래서 푸르다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채 막막하게 강가를 서성일 때 그 때도 나무는 큰 키로 서서 말없이 나를 맞아 주었다

                살아온 세월만큼 침묵으로 말할 줄 아는 연인 같은 친구처럼 나무는 늙어도 늙지 않고 늙을수록

                더 아름답다

                이만큼 삶을 살아도 바람처럼 자유로울 수 없고 바위처럼 단단해 질 수 없다면 차라리 한적한

                 강가에 나무로 서서 갈 길 묻는 나그네의 좌표가 되어도 좋겠다

 



                  “첨벙

                   물오리 한 마리가 강물을 가르고 간다

                   중심에서 밀려난 물결이 둥글게 손을 잡고 소리 없이 바깥으로 바깥으로 밀려가고 강물 속에 드리워있던

                   나뭇가지들도 수묵 번지는 화선지처럼 조용히 흔적을 지워가고 있다

                   진하고 굵고 화려했던 선들도 막상 가장자리에서 보면 아무 것도 아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변방으로 떠밀려나 있는 나의 삶도 강 물결처럼 저렇게 저물어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글 사진 /돌배나무 김용민    ( 사진촬영. 양수리)

 



 



 

 

 

 

  • ?
    오정희 2016.01.22 22:09
    사진을 감상하며 글을 읽으며 새삼 '외로움의 힘'을 느낍니다.

    위 세번째 사진은 마치 반추상화 같습니다.
    실물의 행방이 묘연해서요...^^
  • ?
    김용민 2016.01.25 10:35
    곱고 아름답게 늙어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끔 추운 강에서 혼자 버티고 있는 나무를 보면 용기가 납니다
    추운 날입니다 모두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
  • ?
    김영준 2016.02.08 16:49
    나야 사진을 비평할만한 식견을 갖고있지는 않지 만-
    사진들이 상당히 높은 예술적 수준에 도달하고있단 느낌을 갖게 합니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그 아래에 적은 글도 표현이 매우 서정적이며 매력적입니다.
    "휘어지고 틀어지면서도 균형을 잡아가며 함부로 가지를 뻗지 않고 욕망을 다스리는 모습에서 나무의 기품을 읽는다" 에서
    별 관심 없이 자나갈 한 그루 나무의 '휘어지고 틀어진 모습'을 마치 욕심 많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나무라기라도 하듯 돌려치기한 표현에선 많은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그 추운 날씨에 얼마나 덜덜 떨며 고생을 했을까 도 생가해 봅니다.
    취미도 좋지만...
    고생꽤나 하셨네요~^^
  • ?
    김용민 2016.02.09 08:45
    영준 성님 ~
    댓글을 읽고 나니 좀 찡하네요 ^^

    고생은요, 이젠 강에 나가는게 생활이 되어버렸습니다
    지난 주만해도 강물이 온통 꽁꽁 얼어붙어 촬영할 게 많아 좋앗는데 엊그제 강에 나가보니
    벌써 얼음이 다 녹아버렸네요
    한 두번 더 반짝 추워졌으면 좋겠는데.....
    이번 겨울엔 지난해에 게으름 피우다 미처 못 찍은 겨울 강 사진을 충분히 찍어 보겠다고했는데....
    사는 게 늘 지내놓고 보면 아쉬움 뿐인가 봅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올 핸 아프지말고 건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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