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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블로그21
2015.12.10 10:00

12월 강 (낙엽)

조회 수 137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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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입니다

         눈이 내리다가 비로 바뀌고 다시 비가 눈으로 바뀌다말다 하는 변덕스러운 날입니다

         가을과 겨울이 서로 자리다툼을 하는 중인가 봅니다

         요즘처럼 춥지 않은 날씨라면 가을과 겨울사이에 또 다른 계절 하나쯤 끼워 넣어도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12월은 지난 한해를 돌아보고 다가오는 새해를 생각하라고 주어진

         소중한 공간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삶이란 처음과 끝이 교차하는 시간과 시간의 틈새에 남긴 흔적이라 말한 사람이 있습니다

            어렵게 삶 하나를 매듭지으려 하면 또 다른 삶이 낯설게 다가섭니다

            어디쯤서는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때도 있었고 하염없이 넋 놓고 바라보다가

            놓쳐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후회되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 쯤 와서 돌아보면 그렇게 애타도록 중요한 일도 없었고

            그렇다고 허접해서 버릴 것도 없으니 그런 점에서 삶에서 결과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내 의지로 강가를 거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큰 축복일지요

            아쉽지만 그 때 있었던 일들은 그 때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그렇게 된 거라

            생각하라고 강이 넌지시 일러줍니다

            그렇습니다

            앞으로 살아 갈 삶의 시간이 조금이나마 남아있으니 그 공간에 부족했던 내 삶의 결핍을

            채우 고 또 남는 잉여가 있으면 남에게 나누어 주며 살아야겠습니다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넓고 여유로워지는 강처럼 말입니다



            무성했던 나뭇잎들 다 떨구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들이 즐비하다

            어차피 떨어져야 할 것들 몇몇이 남아 그래도 더 살아보겠다며 나뭇가지를 붙잡고

            안간힘 쓰는 모습이 애잔하다

            다가오는 것은 반드시 멀어지는 것이 세상이치

            고요하던 나무가지가 갑자기 진저리 몇 번 치더니 마지막 남았던 이파리 하나가

            지상으로 떨어진다

            무슨 의식과도 같이, 무슨 순교와도 같이, , 하고 몸을 던진다

            비운다는 것이 버린다는 것이 나무에게도 나뭇잎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테지



               강물이 몸을 뒤척이며 철썩 거리는 것은

               이파리들이 물에 떨어지지 않도록 알려주려는 것이다

               이쪽으로 내려오지 말고 단단한 땅으로 떨어지라고.....

               오갈 데 없이 부유하는 것이 안타까웠을까

               나의 추위가 네게 닿지 않도록 하는 일도 사랑이다



                나뭇잎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눈밭에 벌렁 누웠다

                눈으로 보면 그림처럼 아름다운 구도지만 망원렌즈로 당겨보면 차가운 눈물이다

                한 때는 저 가슴으로도 바람이 지나고 새가 날고

                달도 지나갔겠지

                더 이상 반짝이지 않는 붉은색 몸통에

                맹세의 글귀가 가득하다

                그러나 때늦은 후회는 소용없는 일

                차가운 얼음장 아래서 냇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얼음장도 한 때는 물이었다고

 

                 높은 데 매달려있을 때는 만나지 못하다가

                 땅에 떨어져 반쯤 바스러지고 나서야 비로소 만나지는 삶의 아이러니

                 철이 든다는 것은 삶이 한 장의 단풍잎 같음을 아는 일이다

                 가진 것 모두 제자리에 두고 옷을 벗는다는 것 맨발이 된다는 것

                 높은 데서 낮은 데로 내려가는 일도 사랑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어려운 일은 사랑하며 사는 일이다

 

                사진 글/  돌배나무 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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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혜옥 2015.12.12 22:42
    이렇게 멋진 사진을 볼수 있다는건 분명 축복인것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어려운 일은 사랑하며 사는 일이라는것~~
    다시 한 번 새겨봅니다.
  • ?
    김용민 2015.12.16 09:50
    뭐 축복이라고 하실 것까지....^^
    제 사진과 글이 살아가시는데 작으나마 활력소가 될 수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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