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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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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58 추천 수 1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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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바람이 제법 소슬해지고 강둑에 억새풀도 하얗게 머리가 세었다

          가을은 칼로 치듯이 온다고 했던가

          계절과 계절 사이에는 작은 틈새가 있어 여름들이 조용히 그 틈새를 바람처럼 빠져 나가고

          있었지만 나는 시간이 지나가며 만든 흔적만 보았나 보다

          내 몸 안으로 수없이 많은 시간이 지나갈 때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하다가 오늘처럼 억새

          풀을 보면서 새삼 계절이 바뀌었음을 느끼고 있으니....





          오랜 세월 강을 찾아다녔더니 이젠 강가에 서면 강이 나를 찾아온다

          강물이 내 몸 안에 들어와 핏줄처럼 돌아 나가면 내 몸은 어느새 파랗게 강물이 든다

          시간도 강물처럼 날마다 내 몸 안으로 들어 와 계절이 되고 삶이 되어 나와 함께 흘러가지

          만 나는 늘 나를 세월만 흘러가는 줄 알고 세월 탓만 하고있다

          시간을 거슬러 되돌아가고 싶은 것은 인간의 자기 분열일 뿐 시간 속에는 오직 흐름만 있을 뿐인데도 말이다





          양수리 강물에 비치는 산은 높고 우뚝 했는데 도시에서 보는 강은 멀고 아득하다

          유연하고 완만하지만 굽이치지 못하고 여울지지도 못 한다

          카메라에 마음을 빼앗기면 세상이 원근법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망원렌즈로 보면 먼 산과 가까운 산이 뷰파인더 안에 납작하게 붙어 보이고 모양이 단순

          해지면서 거리감도 없어지고 밝은 빛과 어두운 빛만 보인다





         오늘은 아침은 바람이 잔잔해서 물속에 비치는 세빛섬 반영이 아름답다

         강물이 제 몸 안에 있던 빛깔 들을 토해 내면서 일렁인다

         빛 그림자가 뒤엉키며 만들어 놓는 무늬들이 잘 그려진 한 폭 추상화 같다

         페인트 통을 들어부은 것처럼 화려하고 현란하기도하고 깊고 싶은 심연에서 끌어 올린

         골동품처럼 은은해지기도 하다





          빛 속으로 들어갈수록 빛은 더 멀리 물러간다

         새롭게 생겨난 빛들에 밀려 그대로 무너져 가는가 싶던 먼저 빛깔들도 서로 어울려

         새롭게 자리 매김을 하고나더니 끌어안으면서 함께 흘러간다.

         우리의 삶이 늘 새롭고 낯설 듯 포개지고 또 헤어지면서 흘러간다

         시간은 지금도 변함없이 흐르건만 사람들의 마음 갈피 속의 계절만 푸르렀다가 붉게 물들

         었다가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돌배나무 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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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준용 2015.10.26 07:21
    좋은 그림, 글 . 잘보았습니다. Very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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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옥 2015.10.27 19:32
    사진으로 느끼기에도 양수리와 도시의강물 느낌이 다릅니다.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위의 사진들에서는
    신비로움과함께 외로움, 그윽함과 아득함, 슬픔과 허무함이 막연히 느껴지네요.

    삶과함께 세월이 흘러가지만 우린 세월만 빨리 흘러간다고 느끼며 살아갑니다.
    빨갛게,노랗게 물든 단풍
    정말 아름다운 계절에 우리는 지금 머물러 있습니다.
    시간도 멈춰있습니다.
  • ?
    임재복 2015.10.28 12:01
    저는 보아도 보지못하는 것을 보고 느끼는 김용민씨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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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민 2015.10.28 20:45
    모두 반갑습니다

    혜민 스님이 쓴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이란 책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어떤 상태냐에 따라 렌즈는 갖가지 색으로 물이 들어요.
    카메라를 들고 천천히 걷다보면 기쁠 때는 렌즈가 기쁨으로 가득하고 외로울 때는
    세상은 외롭게 보여요"

    카메라를 들고 다른 사람보다 느리게 걷고 같은 사물을 오랫동안 많이 바라보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지요
    감사합니다
  • ?
    윤경자 2015.10.30 21:21
    용민씨 글과 사진을 한참 보다 보면
    조금씩 크는 느낌이예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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