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부르지 않아도 온다는 말이 생각난다
얼었던 강물이 풀리고 나무에 연초록 잎눈이 돋아나나 싶더니 어느새 5월,
노란 개나리 덤불, 연분홍 벚꽃 진달래가 한꺼번에 피어 시끌벅적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
며칠 전 내린 비로 축축하게 습기를 머금고 있는 진흙에서 깊고 그윽한 향내가 난다 작년 가을 눈비에 으깨어진 풀꽃과 가랑잎들이 따뜻한 햇볕에 되살아나는 냄새, 어쩌면 이 것이 바로 생명의 냄새가 아닐까 계절이 베푸는 축복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싶어진다. 저 봄날의 나른한 햇볕과 그리고 흙냄새 그리고 강물 위에서 꿈틀거리며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보며 내가 살아있다는 기쁨을 온몸으로 느끼며 걷는다. 행복은 더 이상 어떤 조건의 충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생각난다. 강물은 오늘도 느리고 여유롭게 흐른다 강을 따라 강처럼 느리게 걸어보려 하는데 나도 모르게 걸음이 자꾸 빨라진다 산책은 세상에 대한 생각을 잠시 버리고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의 리듬과 생명을 관조하는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 얻어지는 한가로움이라는데 나는 아직 멀었나 보다 나는 산책의 즐거움을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의 즐거움에서 찾는데 매번 똑같은 강가를 거닐더라도 어제의 길은 오늘의 길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인적이 드믄 강가, 버드나무 밑 둥이 물속에 잠겨 생각에 젖어있다 나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강물 위에 아직도 내 핏줄 속에 콜타르처럼 달라붙어있는 욕망과 쾌락의 침전물들을 털어내버린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켜 내 핏줄에 강물을 한 모금 수혈 받는다 김용민
정말 멋진 사진입니다
이런 사진들을 얻기위해 사월의 강가을 그렇게 서성거리셨군요
사진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