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리 아래 강물이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입니다
일기예보에는 풍속이 0 m 로 나오길래 서둘러 달려 왔는데 오늘 아침도 사진
찍기는 틀린 것 같습니다
바람이 적은 아침이 강사진 찍기에는 딱 좋은 시간입니다
낭패한 기분으로 성수대교를 터덜거리며 되돌아와 서울숲 공원으로 들어섰습니다
전철을 타려면 공원을 가로질러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간밤에 내린 비 때문인지 상큼한 나무 냄새에 아쉬웠던 가슴이 시원해집니다
벚꽃은 멀리서 보면 구름 같습니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어렴풋하기만 한 것이 수채화 그림 같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아침 햇살을 받아 저마다 꽃 이파리들이 오글오글 모여서 빛납니다
꽃도 멀미를 하는지 한참을 보고 있으니 어지럽습니다
분수대 고인 빗물에 낙엽이 한 무더기 떠 있습니다
잠자다 놀라 깨어난 놈들처럼 봄꽃들이 저마다 화들짝 피어있는데 저 낙엽은 무슨
미련으로 아직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는지요
벚꽃 이파리 하나 그 위에 뚝 떨어져 반짝이는 것은 바람 때문이겠지요
멀리 고층 아파트 검푸른 반영위에 노란 가을 이파리가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인간의 생명을 흐르는 시간의 풍경도 저러하리라 생각하면서 카메라를 겨눕니다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