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Nikon 200 mm

                    어느새 햇살이 제법 따뜻해졌습니다.

                     3월도 이제 중순, 파랗게 얼어있던 강물이 초록빛을 띄어가고 바람이 살랑거릴 때마다 강가에

                    줄지어 있던 꽃가지들이 서로 몸을 부벼댑니다

                    머잖아 마른가지에 하나둘 꽃이 피어날 테지요

                    그러나 나무가 하루아침에 불쑥 꽃을 뱉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가지끼리 서로 흔들고 부벼서 상처를 만들고 그 상처 틈새로 서서히 푸른 싹을 밀어 내는 것입니다

                    어린 꽃눈이 무슨 힘이 있어 단단한 껍질을 뚫고 나오겠습니까

                    사랑은 꽃이 피어나는 과정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나무가 꽃을 피워내기 위해 긴 겨울이 필요하듯 누군가의 가슴에 떨어진 사랑의 씨앗이

                    의미 있는 존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얼마간의 기다림과 그리움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일테면 사랑하는 사람끼리 만나 몸을 쓰다듬고 비비는 행위도 사랑의 싹을 틔우기 위한

                    과정이겠지요

                    삶을 완만하게 흐르는 강물이라 한다면 사랑은 그 흐름을 뒤 흔드는 소용돌이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사랑을 하면서 겪는 알 수 없는 혼란스러움과 떨림은 몸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생명의 충동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몸과 마음을 합쳐 하나 되기 바라는 것을 사랑이라고 할 때 서로 다른 삶을 살아 온

                    존재가 앓는 몸살 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오늘따라 늘 다니던 길이 새롭게 다가 옵니다

                    강물 위에서 흔들리는 교각들의 풍경은 그동안 수없이 사진에 담아왔지만 오늘은 마치 마티스의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살을 부벼대려는 연인들 같습니다

                    가끔 아름다운 것을 볼 때마다 어린아이처럼 마냥 설레이면서 전율 할 때가 있습니다

                    사랑에 빠지면 신경세포에 엔돌핀의 분비가 활발해져 이전에 보았던 사물들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고 합니다

                    사랑은 예고 없이 신내림처럼 온다고 하던데, 다 늦게 사랑이라도 오려는지요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