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 햇빛 햇빛..... 쌀알갱이처럼 쏟아지는 하얀 햇빛들
햇살이 고즈넉이 내리는 아침 강가를 자전거 길을 따라 걷는다
새파랗게 얼어붙은 강물 너머 아직 얼지 않아 출렁이는 강물 사이로 이제 막 잠에서 깬 아파트들이
엎드려 인사를 한다
강추위 속에서도 쬐그만 가창오리들이 한 줄로 얼음 사이를 헤엄을 치는 모습도 한겨울 강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고요와 평화를 품고 있는 강의 적막을 깨고 자전거 몇 대 줄지어 지나간다
자전거 여행을 쓴 김훈 작가의 말이 생각난다
“아, 아무 것도 만질 수 없다하더라도 갈 수 없는 길 앞에서 자전거 바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겨울은 모든 생명들에게 궁핍과 시련의 계절이지만 많은 생명들이 끗끗 하게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망원줌을 땡겨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10년 쯤 강사진을 찍었더니 이제 사진이 많이 단순해졌다
단순하다는 것 버린다는 것.............
새는 최소한의 무게로 하늘을 나는 힘을 지탱한다고 하던가
가난의 체감은 상대적 가난이다
당장 먹을 게 없어서가 아니라 내일이 보장 되지 않아서 생기는 불안의 결핍이다
스스로 덜어내 가벼워지는 “자발적 가난”에서 오는 풍요로운 감정이야 말로 행복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는 분명 약게 살지 못해 세상에 뒤지고 덜 된 사람이니까 단순해지려 애쓴다
단순해지면 허물도 그만큼 작게 보이지 않을까
또 한해가 시작 되었다
많은 시간들이 가을비처럼 한 순간에 지나갔다
썩어 없어지는 것, 바스러지는 것, 사라지는 것들 사이에 홀연히 떠 있는 구름처럼 생각나는 기억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또 오늘 같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설레임이 없다면 이미 몸과 마음이
썩고 있는 증거라는 말이 있다
깊은 질곡 속을 살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많은 것을 바라고 꿈꿀 수 있어 행복하다
잘 내린 뜨거운 커피 한잔이 마시고 싶다
이어폰 속에서는 좋아하는 이은미의 노래가 흘러 나온다
“내가 있을거야 ” 라는 곡이다
“포기 하지마 네 곁에 내가 있잖아. 내가 힘들어 고개 숙일 때 네가 곁에 있어 주었던 것처럼
이젠 내가 있잖아.....“
김 용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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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는 이 시간이 참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