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갇힌 꽃
어찌 저리 덤덤할까
샛강에 내려앉은 달빛처럼
비운 마음의 고요
매운 연기 스며들고
살 속 깊이 불꽃 뚫고 들어올 때 마다
마음이야 천 갈래 만 갈래 찢겼으련만
속마음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겠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나타났다 숨고 나타났다 숨는
풀빛 멍 자국
저 몸도 내 몸처럼 온통 구멍투성이다
그 위를 마른 매화 한 송이 기어가며
꽃의 기억을 더듬고 있다.
나비도 벌도 새도 날아가 버리고 없는
홀로 갇힌 꽃,
그래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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