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쟁이가 사는 법 15
망원렌즈 안에 들어온 저 담쟁이
하필이면 왜 돌담 끝 까마득한 낭떠러지인지
붙들고 매달리는 것이야 목숨 때문이라지만
새빨갛게 피멍든 손끝하며
도미노 놀이라도 하는 건지
하나 둘도 아닌 몇 십 몇 백이 한 줄로 늘어서서
뒤에 놈이 넘어지면 덩달아 넘어지고
일어날 때는 앞에 놈부터 부축이며 일어난다
출구를 모르고 가는 길은
점자 짚듯 더듬어 가야 하는 고된 길
어쩌랴, 돌아갈 옷을 잃어버린 선녀 얘기는 아니어도
이젠 되돌아 갈 길마저 끊겼으니
이쯤에선 뼈저린 후회라는 말도 소용없는 말이다
다만 절대 뒤돌아보지 말기
두려움이 매번 나를 실족하게 했으니
담쟁이처럼 툴툴 털고 일어나기
그리고 다시 걷기
김 용 민 생명 시리이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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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사는 법과 많이 닮았네요.
넘어지지 않고 사는 법은 없으니.
툴툴 털고 일어나기, 다시 걷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