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멸
연꽃의 죽음은 말기 암 환자처럼 느리고 무겁다
누렇게 말라비틀어진 꽃잎이 누더기가 되어 마지막 까지 가지 끝에 매달려 있다가
어느 날 아침 물속에 얼굴을 묻고 생을 마친다
머리에서는 죽음을 거부하지만 죽음이 드리우는 모습,
우리 몸 속을 흐르는 생명의 기운도 저러하리라
얼음 살 속 깊이 파고든 해독 할 수 없는 바코드 같은 검은 빗금들
그 것은 한 생명의 한숨이거나 눈물이거나
마디 끊어가며 흐느끼던 어느 날의 슬픈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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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 파스투로 라는 사람이 쓴 “우리 기억 속의 색” 이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다
빛깔은 바라보는 인간의 감정과 변덕에 의해서 수시로 바뀐다고.........
빛은 매 순간순간의 다른 이름이며 빛을 그리는 일은 사진의 매 순간이다
사진을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부르는 것 보다 사진은 빛을 그리는 것이라는
말이 더 마음에 든다
너무 슬픈 표현이네요. 죽은 연꽃은 보려하지 않을 것 같네요
'빛깔은 바라보는 인간의 감정과 변덕에 의해서 수시로 바뀐다고.........'
검사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들어갈 때는 주위가 온통 잿빛이었는데
깨끗하다는 말 듣고 나올 때는
'아! 하늘이 저렇게 파아랄 수가'
'저 나무가 단풍이 저렇게 고왔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