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멸

by 김용민 posted Feb 2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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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멸

 

연꽃의 죽음은 말기 암 환자처럼 느리고 무겁다

누렇게 말라비틀어진 꽃잎이 누더기가 되어 마지막 까지 가지 끝에 매달려 있다가

어느 날 아침 물속에 얼굴을 묻고 생을 마친다

머리에서는 죽음을 거부하지만 죽음이 드리우는 모습,

우리 몸 속을 흐르는 생명의 기운도 저러하리라

얼음 살 속 깊이 파고든 해독 할 수 없는 바코드 같은 검은 빗금들

그 것은 한 생명의 한숨이거나 눈물이거나

마디 끊어가며 흐느끼던 어느 날의 슬픈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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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 파스투로 라는 사람이 쓴 우리 기억 속의 색이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다

빛깔은 바라보는 인간의 감정과 변덕에 의해서 수시로 바뀐다고.........

빛은 매 순간순간의 다른 이름이며 빛을 그리는 일은 사진의 매 순간이다

사진을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부르는 것 보다 사진은 빛을 그리는 것이라는

말이 더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