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씩 물안개를 피워 올리던 연 못이 어느새 군데군데 얼어붙어 유리알처럼
반들거립니다
땅에 수직으로 척추를 세우고 사는 일이 버거웠던게지요
뼈대만 남아 푸석해진 연 줄기의 등허리가 활처럼 휘어져 있습니다
그 위에 조용히 내려와 그림이 되는 강 건너 산봉우리들.....
차가운 강바람이 지팡이 집듯 조심스레 지나가자 알싸한 흙냄새가 코끝에 와 닿습니다.
비와 바람과 햇살이 여름내 한데 어울려 만든 세월의 냄새입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찬바람을 들이켜 봅니다
허파 속으로 찬 공기가 밀려 들어오자 답답하던 가슴이 맑아지면서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 합니다
가라앉아 있던 삶의 의욕과 열정이 꿈틀거리며 올라오는 소리입니다
가장 추운 겨울이 가장 따뜻한 봄과 설레는 희망을 잉태하고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엊그제 동지가 지나고 이제 다시 낮이 밤보다 길어지는 자연의 긴 순환의 굴레
기다리지 않아도 회색빛 겨울이 내 앞에 와 있듯
머잖아 죽은 듯 엎드려 있는 연꽃 줄기들에게서 다시 생기가 돌고 초록 잎이 생겨날 테지요
더욱 진하고 풍요로운 빛깔을 머금고 말입니다
** 사진설명
세상 사물은 모두 사라짐과 생겨남의 시간 가운데 있다
나의 시와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강물과 죽음이라는 주제는 물리적 소멸 현상인
동시에 다시 생겨나는 필연적 현상이기도 하다
물은 생성과 소멸의 순환과정을 담보하는 모티프이자 다른 사물이나 존재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판타지를 불러일으켜 초월적 영역으로 이끄는 요소라고 생각 한다
사진을 통해서 생명은 눈에 보이는 사라짐의 물리적 현상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고 검은 색 농담과 굵기에 따라 저마다 달라지는 삶의 표정을 추상
회화적으로 표현해 보고자 했다
ND 필터를 사용하여 바람에 흔들리는 물결의 날카로운 떨림을 시간의 흐름의 느낌이
들도록 부드럽게 했다
200 mm , F22 , ISO 200 , 8 sec , ND 400 Filter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4-01-12 06:38)
좀더 오래 보시게 이리로 옮겨 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