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내장사 digital
하얀 나무
내장사 눈부신 단풍나무 숲길
햇살 스치는 모퉁이 쯤에
혼자 알몸으로 서 있는 하얀 나무가
흐린 수채화처럼 어렴풋하다
하얗다는 것은
지워져 없어졌다는 뜻도 되지만
덧입혀져 두터워진 색깔들이
세월에 곰삭아 부드러워졌다는 의미도 있는 것
역광이 만든 실루엣 때문일까
결 고운 잔가지가
곱게 쪽 져 빗어 넘긴 어머니 머릿결로 보이는 것은
바람이 둥치 아래를 감싸 돌 때마다
잔가지 끝이 바르르 떤다
나무도 바람을 핑계로 울 때가 있는지
목쉰 저 바람 소리
점심은 꼭 챙겨 먹어라
차 조심 해라,
아침이면 잔소리를 입에 달고
대문 앞에 서 계시던 어머니
지금도 세상 반대편 어느 낯선 곳에서
나무 한그루 나를 향해
조용히 팔 흔들고 있을게다
돌배나무
놀랍습니다
잔소리를 꾹 참느라 애쓰시던 엄마 생각이 많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