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미원 digital 200mm
생명. 9
200mm 망원줌 안에 들어온
연잎의 촘촘한 잔주름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 해부도 보다 섬세하다
말라가는 육질을 떠받치고 있는 미세한 선들은
어릴 때 보았던 늙은 어머니의 가슴살만큼이나 깊다
누가 뭐래도 여름은 뜨거웠다
열에 들떠 바싹 타들어간 입술로는 건넬 수 없는
구구한 사연들
혓바늘이라도 돋았는지
바람에 한 번씩 몸 추스를 때마다
마른 모래 스치는 소리가 난다
물 위에서 목말라 스러지는 생명의 아이러니
그러나 구차스러워지면 이미 목숨이 아닌 것
너무 늦었다
다시 천년을 기약하며 서로 마른 어깨를 툭툭 치는 것은
절정을 함께 견딘 것들이 치루는
마지막 경건한 의식이다
김 용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