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미원 / digital
여름에게 묻다
연 잎이 흔들린다
가끔 내가 바람을 핑계로 울 때 그러했듯
물방울이 눈물처럼 떠오르며 기억을 뒤적인다
주름진 햇살 촘촘한 행간 틈새로
와르르 흩어지는 초록물감
씨방에 자글자글한 꽃씨들이
유일한 제 희망인 것처럼 머리에 이고 서 있더니
잘게 토막나며 조금씩 지워진다
바람은 저 때문이 아니라며
달려가다 말고 손사래를 치고
저 혼자 도망치는 여름에게 묻는다
아직도 계절을 꽃잎에 잠시 앉았다 날아가는
잠자리쯤으로 알고 있는지
초록도 살점이란 걸 알기나 하는지
김 용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