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대교 /digital
청 동 거 울
김 용민
카메라를 메고 강 따라 걷는다
아직 풍경은 어떤 모양 어떤 색깔로도
다가오지 않는다
새로 산 그림물감 상자 열었을 때의 설레임처럼
바글 거리는 햇살로 강은 늘 분주했는데
오늘따라 물비린내에 입맛 쩍쩍 다시며 서 있는
콘크리트 다리의 스산함뿐이다
문득 멈춰 선 강가
펼쳐 놓은 책 위에 슬며시 내려앉는
어떤 이의 얼굴 같다고 해야 하나
저녁 햇살 한 조각 교각 사이를 타고 넘어와
물살 위에 작은 창틀 하나 내었다
폐교의 유리창처럼 슬프고 푸른 사각형
망원 렌즈를 당겨 들여다본다.
초점을 맞추어도 얼굴은 만들어지지 않고
시간마저 멎어있는 휑한 공간
사랑은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고
강물이 시퍼렇게 나를 밀어낸다
.
어디서든 귀신같이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용민샘의 심미안이 부럽습니다.^^
좋은 사진, 글.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