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digital 80-200
겨울 강
터지고 갈라진 틈새로 드러난 속살이 푸르다
정적을 깨며 전철 한 대 공룡처럼 지나고
철컥거리는 진동 소리와
산덩이 같은 먹빛 그림자의 느슨한 흔들림
번들거리는 강위에 듬성듬성 기절해 있던 몸 토막들이
저마다 젖은 얼굴을 닦는다
증오는 굳어질수록 차돌처럼 단단해 지는 것
얼어붙은 강이 이따금 어금니 물고 신음소리를 내는 것은
부서지 않으려 안으려 안으로 제 몸을 끌어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부림치면 칠수록 조여드는 내 삶의 밀도처럼
밀려드는 바깥 힘에 혼자서 팽팽히 버티다가
순서 없이 터지고 갈라진다
흰자위를 드러낸 채 가늘게 헐떡거리며 카메라를 바라보는
연푸른 반짝임이 새벽별처럼 슬프다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