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에서

by 김용민 posted Apr 1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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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었다


저 멀고 낯선 나라로 나를 밀어낸 원심력과 다시 떠나간 그 자리로 돌아오게 이끄는


구심력은 무엇일까


산다는 것이 장소와 더불어 일어나는 일이고 장소는 몸과 영혼이 머무르는 곳이라면


거기에 새겨진 삶의 흔적과 발자취들의 익숙함 때문이 아닐까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하고 싶은 일이 두 가지 있었다


맛있는 자장면을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늦은 오후 카메라를 메고 경복궁엘 가고


싶은 것 이었다


도심 한가운데 있어 쉽게 갈수 있기도 했고 웅장한 건물들 속에 깃들어 있는


아기자기한 아름다움과 우아함 때문에 자주 거닐었던 곳이지만 무엇보다 어린 시절을


그 근처에서 동네에서 살았기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경복궁에는 노란 개나리가 피기 시작했고 어디서 나왔는지 다람쥐 한마리가 내 앞을


가로질러가고 있다


편안하고 나른한 기분 속에서 느껴지는 행복감 그러나 곧이어 넓은 궁궐 북적이는


관광객들 틈새에서도 온 몸을 적셔오는 이 고립감과 쓸쓸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잡다한 일에 영혼이 분주해지면 자연과 교감을 나눌 시간이 적어지고 에너지는 고갈되고


몸에는 피로가 쌓이게 된다고 했다


한동안 수선스러운 삶에 마음 졸이다가 불현듯 맞닥뜨리는 이 고요와 고독감, 봄볕이


내려 쪼이는 벤치에 앉아 생각해 본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어떻게 사는 것이 과연 행복한 삶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