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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블로그21
2011.12.02 09:57

선운사 에서

조회 수 137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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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끼 내려앉은 검은 다리의 음울함과 끊어질 듯 이어지는 냇물 소리 위에 눈가루처럼 떨어


            져있는 나뭇잎이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숲길을 걸으면서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것은 아름다운 풍경 때문이 아니라 바람이


            그 풍경위에 흩뿌려 놓는 소리 탓이라 생각 합니다


            바람 따라 걷노라면 산산히 부서져 파편처럼 되어버린 생각들이 하나둘씩 모여 듭니다

 







            담벼락에 드리워진 소나무 그림자가 아름답습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돌과 그 사이에 메워진 흙 그리고 그 위를 담장이 넝쿨이 기어갑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았음에도 자연과 모나지 않는다는 것은 사람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았다는 것


            아닐지요

 







             빛바랜 기와 골이 처마 아래로 흘러내리며 빚어놓은 아름다운 선율을 무어라고 표현해야


             할런지요


             날렵한 허리선이며 부드러운 능선 구름사이로 순한 햇살마저 비쳐드는 정경은 나무랄 데 없이


             비단 옷 곱게 차려입은 여인네의 자태 입니다


             이 세상 아름다움 앞에 가슴 떨리지 않는 사람 누구 이겠습니까

 







            기대하지 않았던 아름다운 것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법


            늙은 감나무 한그루가 떨어지지 않을 만큼 커다랗고 붉은 감을 별처럼 매달고 서 있습니다


            이젠 몸도 굽어지고 가지조차 견디지 못하여 파이프 기둥에 의지하고 있지만


            그래도 수 백년이 넘도록 법당 앞에서 묵언정좌를 한 탓인지 고고한 기품이 서려있습니다


            나의 마음을 내려다보고 있는 감나무 가지 끝을 스치는 한 점 바람이고 싶으며


            숫자를 헤아릴 수없이 많은 붉은 감 중에 한 알로 매달려 있고 싶으며

 







            외로울 때마다 삶이 시들해 견딜 수 없을 때마다 강이며 산이며 찾아가 걷습니다


            오늘도 길을 걸으며 생각합니다


            길이란 반드시 눈에 보이는 형이상학적인 길만은 아니라는 것


            깊고 깊어 칠 흙 같은 질곡에서 벗어나는 길은 강에도 산에도 어디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가슴 시리게 차가운 저 맑고 투명한 샘물처럼 덕지덕지 온 몸과 마음에 붙어있는 것들은


            모두 바람에게 주어버리고 이제 부터라도 다시 주섬주섬 챙겨야 겠습니다


            맑고 개끗해질수록 외로움이 깊어질테고 외로울수록 서러움이 자라겠지만.....





            블로그에서 /사진 글 김용민


             http://blog.paran.com/wildpear



 


 

  • ?
    이은식 2011.12.02 17:31
    사진이 예술이란걸 느끼게 하는 풍경과 빛의 조화.

    참 좋다. ^^
  • ?
    박혜옥 2011.12.04 20:25
    사진으로 보는 풍경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건
    용민시인의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이겠죠?

    참 멋집니다.

    맑고 깨끗해지는건 너무 좋은데요
    외로움과 서러움 보다는
    따듯함과 행복함이 자라기를 바라는건 너무 형이하학적인가요?
  • ?
    이해자 2011.12.04 20:32
    정말 좋다.

    덜어내고 비워내고...
    끝없이 반복하고...

    쓸쓸하지만, 아름답지 않은가?
    그저 가장 작게 남아있는 맨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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