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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블로그21
2011.11.01 08:14

가을의 끝을 잡고

조회 수 142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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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아직 하늘에 풀리기 전 공중에서 떨어지는 느리고 연한 빛을 받으며 천천히
저녁을 받아들이고 있는 경복궁, 밝고 투명했던 한낮의 풍경 위에 물감이 묻은 듯
가물가물한 어둠이 보태어져 시간의 배색을 만들어 가고 있다
멀리 화려한 빛을 뽐내던 팔작지붕 아래 단청들도 검은 빛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팔장을 끼고 걸어가는 연인들의 긴 그림자가 땅에 끌리며 묘한 쓸쓸함을 더해 준다

아주 먼 곳으로부터 와서 하루를 물들여 놓고 다시 먼 곳으로 가는 빛, 세상은 이렇게
하루하루 빛으로 길 들여져가는 것인지 모른다
일테면 계절의 끝에서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푸르름 혹은 붉음 같은 얼룩들은
빛들이 뿜어대는 눈부심에서 오는 울렁증 같은 것
태양이 가을 잎을 붉게 물들여 놓은 것이 아니라 시간의 여정 위에서 나뭇잎이 저 혼자
싹을 틔우고 몸을 태우며 뜨거웠다가 제풀에 지쳐 사라졌던 것,
계절은 결코 매듭을 만든 적이 없는데 내 외로움이 스스로 끝과 시작을 만들어 놓고
자주 넘어뜨리고 멀미를 하게했던 것은 아닌지

여행이란 여기가 있어 저기로 가는 것
그러니까 이 가을에 겪는 나의 멀미는 시간의 여행 중에 겪는 시차 같은 것
마치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온 두 사람이 막 사랑을 시작 하려고 할 때 겪는 현기증처럼
나를 태운 기차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레일 위를 뜨겁게 달구며 달리고 있는


지독한 동화 속의 여행이었으며,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모르는 정거장에 나 혼자 남겨 질 것처럼
아득했으며, 나는 이별 없는 시간 위에 살고 싶었으며.......




블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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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자 2011.11.04 18:27
    아주 먼곳으로 부터와서 하루를 물들여놓고 다시 먼곳으로 떠난 친구라는 용민씨의 표현을 감히 빌리자면,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서로 다른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의미의 시간을 살아온 처지라지만 오랫만에 만나 반가운 회포의 정을 누릴 수있었던건 바로 영원히 변치않는 우정이 아니었을까!
    날 반겨 준 모든 친구들! 미안해요. 사랑해요. 고마워요. 축복합니다
    미. 사. 고. 축. 
  • ?
    김용민 2011.11.04 19:11
    언젠가 어느 詩에 제가 이렇게 쓴적이 있지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시차를 견디다가 가는 것" 이라고.....그리고
    "삶은 끊임없이 그 시차를 여행하는 것" 이라는,
    그리고 아주 오랜 시차를 겪고나서 우린 비로소 만날 수
    있었던 것이라는,
    저도 반가웠습니다 ^^
  • ?
    조경현 2012.01.13 07:14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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