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꽃 앞에 서면 아침부터 잔뜩 찌푸렸던 마음의 주름들이 펴진다
구름 한 점 없는 높은 하늘,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술렁대는 적요,
그러나 카메라는 종종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것 ,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더듬고 지나간다
지난겨울 아파트 앙상한 가로수 가지가 생선가시로 보이던 때처럼......
아니나 다를까
형형색색으로 대와 오를 맞추어 있는 추상같은 고운 가시연잎을 보면서 나는 왜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지
연못에는 누렇게 말라 비틀어진 꽃잎이 누더기가 되어 가지 끝에 매달려 있다가
어느 날 아침 물속에 얼굴을 묻고 죽는다
누군가 가벼운 꽃은 가볍게 죽고 무거운 꽃은 무겁게 죽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연꽃의 죽음은 말기 암 환자처럼 느리고 무겁다
우리의 몸 속을 흐르는 생명의 기운도 저러하리라
머리에서는 죽음을 거부하지만 죽음이 드리우는 그림자로 공포에 질린 모습이다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는 저 붉은 빛은 아름다움의 절정이라기보다 마지막 자신의
생명을 태우는 죽음의 색깔이라는 생각이다
하루치의 목숨을 다 태우고 산을 넘는 핏빛 노을 같은
(블로그에서.......)
김용민 http://blog.paran.com/wildpe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