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잊은채 마음도 잊은 채 / 세미원

by 김용민 posted Jul 0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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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수같이 쏟아지던 장대비는 잠시 멎었지만 잔뜩 웅크리고 있는 먹구름은 심상치 않은  내 마음입니다 
     문득 어느 비오는 날 아침 인적하나 없는 세미원 연못가를 거닐던 일을 생각합니다


      그 때 비이슬 잔뜩 머금고 바라보던 연꽃 송이의 붉은 시선이 눈에 아슴합니다


      대충 카메라 가방을 챙겨 전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지난겨울에 와보고 오랜만에 다시 찾은 세미원입니다


      넓은 강가에는 다시 또 서붓서붓 비가 내리고 연잎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 요란 하고


     건들바람에 실려와 이마를 때리는 빗방울이 더 없이 시원합니다


      아직 연꽃이 피기는 이른지 드믄드믄 붉은 연꽃송이들이 아쉬움처럼 올라 옵니다





         우산을 뒤집어 놓은 것처럼 넙적한 연잎에 고여 있는 빗방울들이 수정처럼 빛납니다


         누가 그랬다지요. 영롱한 빗방울이 하늘로 올라가 밤하늘의 별이 된 것이라고...


         생각지도 않았던 것이어서 더욱 귀하게 여겨지는 것들 , 다름 아닌 자연이 스스로


         아우러 놓은 아름답기 그지없는 선물입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자연이란 이미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요


         아름답지 않고 볼 것 없다는 선입견은 우리 눈을 그저 흘깃흘깃 스쳐버리게 하는 것은


          아닌지요




      가끔은 이렇게 몸도 잊고 마음도 잊은 채 내가 나를 걸어 만나는 나, 하지만
       나는 아직도 본래 나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누구나 잃어버린 자신을 찾겠다고 유행어처럼 말하지만 잃어버렸다는 것은 본래 있던
      것을 상실했다는 의미인데 언제 자신의 모습을 본 적이나 있다는 것인지요
      어느새 비는 멎고 고즈넉하여 깊고 깊은 생각을 밟고 걸을 수 있는 연밭 길,
      한참을 이렇게 걷노라면 잘게 부수어진 나의 마음을 연꽃처럼 크고 둥글게 빚어 줍니다
      언제 노을이 물든 저녁 연꽃이 노을처럼 붉게 물든 날 다시 한 번 와야겠다 생각하며
      연밭을 돌아 나옵니다



        가끔은 친구들이 묻습니다


        카메라를 메고 다니며 무엇을 보느냐고 말입니다


        아마 비싼 카메라를 가지고 아름다운 것을 찾아다니는 품새가 호사인 듯싶던 게지요


        친구에게 말합니다
        보는 것도 잊은 듯 듣는 것도 잊은 듯 그냥 걸을 뿐인데 무엇을 보았겠느냐고      

        다만 급하지 않게 다니다보면 어디선가 불쑥 만나지는 인연들
        그 것이 꽃이든 생각이든 사람이든 어떻겠느냐고.........


         김용민 http://blog.paran.com/wildp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