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변태를 보고....
나는 속상하거나 가슴이 아플 때는 강가를 거니는 습관이 있다
누군가에게 소리치며 통곡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래선 안 될 것 같아 나를 토닥이며
무작정 걷는다
상처란 한번 터지면 덧날 수밖에 없고 한번 드러난 상처는 더 쓰리고 아프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가슴 안에 상처를 안고 산다
다만 그 상처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가슴을 어루만질 뿐이다
연극 “변태”는 시인이 쓴 시인의 이야기다
홍익동 도서대여점은 주인공 부부의 삶의 둥지이지만 우리 모두의 가슴이다
시를 가르치며 푼돈을 벌어 살아가는 가난한 시인의 좌절과 절망의 삶은 시를 쓰는
나의 상처다
효석의 몸짓과 대사들 하나하나가 나의 이야기이고 몸짓이며 여주인공 송인성(소영)의
남편을 향한 절규는 내 아내의 나에 대한 외침에 다름 아니다
"나비가 누에보다 완성된 꼴이라고 누가 확신 할 수 있을까"
카다록에서 본 연출가 오유경 님의 말이다. 그렇다
나비가 알을 낳고 알은 번데기가 되고 그 번데기는 다시 나비가 되는 생명의 순환 굴레
안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나비로 살고 싶은 번데기는 없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번데기는 고치에서 자의로 벗어날 수 없으며 결국 나비의 삶을 살아 갈
수밖에 없을 뿐 인데 말이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인간은 천사도 아니거니와 짐승도 아니다. 다만 인간은 천사처럼
행동하려고 하면서 짐승처럼 행동한다고 했다
인간의 성품은 항상 그 속에 위선과 진실이라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늘 자기와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속성 때문에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자꾸 위선자가
되어간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은 우리를 집착하게 하고 고통스럽게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1kg 에 100원이 될 수도 있다는 대사 속에 있는 책의 가치,
책속에는 많은 지식이 있고 책은 우리에게 삶의 가르침을 주지만 세상을 산다는 것은 이해
의 대상이 아니라 먹고 씹고 삼키며 맛을 보아야하는 처절한 생존의 현장이다
틀에 박힌 책속의 아카데미즘은 삶을 게으르게 할 수도 있다
막이 내리기 전 찟어진 책을 들고 중얼거리는 송인성의 독백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 밑 닦아 버렸어”
살면서 몇 번쯤 패배의 쓰라림을 맛보지 않은 사람 있을까
그 중에는 대부분 오만과 고집으로 제 발등을 찍은 결과겠지만 어떤 경우는 사회가 파놓은
덫에 재수 없게 걸려든 경우도 있다
인생은 수많은 구덩이를 피해서 죽음이라는 종착점 까지 달려가는 경기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무엇이든해야하고 무엇이든 하고 싶지만 정작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는 것이 삶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 말하지만 사실 인간은 모두 패배자다
누구나 죽을 때 눈을 감으며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
그러나 이 세상 모든 꼴지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꼴찌가 좌절을 딛고 일어설 때 꼴찌는 슬픔이 아니라 "꼴찌의 미학" 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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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말
포기한 것과 선택한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잃은 것만큼 얻는 것이 많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송인성씨 !
어느새 이름 뒤에 씨자를 붙여 어색하지 않을만큼의 나이가 되었지만.
무엇인가를 위해 땀을 흘리는 그대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먼 훗날 연극을 선택하기 잘했다 싶을 만큼 더 좋은 공연과 더 좋은 기회를
만나기 바라면서......
김용민 http://blog.paran.com/wildp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