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어머님이 시집오실 때 갖고 오셨다는 손재봉틀을 꺼내 닦았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유품이기도하거니와 아파트로 이사 와서는 몇 년 동안 베란다 밖에 두고
꺼내지 않은 탓인지 군데군데 녹이 슬고 먼지가 두텁게 내려앉았습니다.
전기재봉틀의 날렵함 보다야 볼품없고 투박스럽지만 역광에 얼비치는 검은 그림자 속에
재봉틀 앞에 앉아계시던 어머님의 얼굴이 보입니다
5월이면 생각납니다. 어머니 가신지 어느덧 30년,
어느 가슴인들 그리움 하나쯤 간직하고 있지 않겠습니까만 가실 때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이
한이 되어 남습니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남아있는데 꿈속에라도 한 번 다녀가시지 않는 것을 보면 혹여 여직
섭섭함이 남아 계시다는 것인지............
한은 쌓이는 것이 아니고 맺히는 것이라 했습니다
세월이 가도 가시지 않는 감정의 뭉치, 그래서 한을 가슴에 맺힌 응어리라 하는 것일테지요
다만 지금에 와서 전처럼 가슴 미어지게 슬프지 않은 것은 그 응어리가 풀어진 것이 아니라
한과 더불어 살아오면서 견디는 것에 익숙해진 탓일 테지요
그 옛날에 어머님 처럼요
김용민 http://blog.paran.com/wildpear
눈에 번쩍 뛰네.그 옛날 두어세대 동안 전세계를 풍미하던 SINGER 재봉틀.
지방 소도시에서는 부의 상징이었던 싱거.급전이 필요할땐 전당포에 대가리
(기계뭉치)만 들고가 현금을 빌리던 다용도의 그 미싱.어렴풋한 기억으로는
국내에 아이디얼 미싱, 드레스 미싱이 등장하면서 집안에 미싱이 필수품으로
널리 보급되었고 또 이 외제(미제? 영국제?) 재봉틀은 서서히 사라져 갔었지.
이제는 집에서 재봉틀 돌리는 집도 별로 없어졌지만...
우리집에 있던 싱거 손재봉틀은 언제 없어졌는지 기억도 안나네.어머니가 돌아
가신지도 벌써 40년...어느새 이 아들도 환갑을 넘겼으니 그보다는 오랜 세월이
지나지 않아 다시 만날 날이 오겠지. 딴 세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