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재봉틀

by 김용민 posted May 0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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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어머님이 시집오실 때 갖고 오셨다는 손재봉틀을 꺼내 닦았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유품이기도하거니와 아파트로 이사 와서는 몇 년 동안 베란다 밖에 두고


          꺼내지 않은 탓인지 군데군데 녹이 슬고 먼지가 두텁게 내려앉았습니다.


          전기재봉틀의 날렵함 보다야 볼품없고 투박스럽지만 역광에 얼비치는 검은 그림자 속에


          재봉틀 앞에 앉아계시던 어머님의 얼굴이 보입니다








          5월이면 생각납니다. 어머니 가신지 어느덧 30년,


          어느 가슴인들 그리움 하나쯤 간직하고 있지 않겠습니까만 가실 때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이


          한이 되어 남습니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남아있는데 꿈속에라도 한 번 다녀가시지 않는 것을 보면 혹여 여직


          섭섭함이 남아 계시다는 것인지............








           한은 쌓이는 것이 아니고 맺히는 것이라 했습니다


           세월이 가도 가시지 않는 감정의 뭉치, 그래서 한을 가슴에 맺힌 응어리라 하는 것일테지요


           다만 지금에 와서 전처럼 가슴 미어지게 슬프지 않은 것은 그 응어리가 풀어진 것이 아니라


           한과 더불어 살아오면서 견디는 것에 익숙해진 탓일 테지요


          그 옛날에 어머님 처럼요





          김용민 http://blog.paran.com/wildp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