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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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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 앞에서 쓰는 이야기 -

 

60 이 지나면

뜨거웠던 것들도 돌처럼 식어지는 나이

푸석한 가을 해바라기 하나 거울 속에서 흔들린다.

거뭇한 얼룩은 울음이 지나간 흔적이다

 

긴 세월 아침마다

이를 닦고 수염 깎으며 보아 왔는데

뿌연 김 서림 사이로 불쑥 나타난 얼굴,

마음먹고 살펴보니

이마에도 눈가에도 온통 검은 반점이다

사라지지 않는 것들은 언젠가

녹이 슨다고 했던가. 아 내 삶의 녹

 

아니야, 이건 아니다

황급히 손바닥으로 쓰윽 거울을 문질러 본다.

눈 사위가 일그러지면서

축축한 녹물이 사방에서 번져 나온다.

주르륵 흘러내린다.

 

명치 끝 어디쯤에서 실핏줄이 터졌는지

마른 기억하나 뜨끔 거리며 치밀어 올라온다

뒤척이며 다가와 ,

다 엎질러진 마음을 뒤적여 놓는다.

몸은 마음 따라 간다던데

마음을 엎지른 채 빈 그릇으로 견뎌 냈으니.

 

눈물은 나오지는 않는다.

서러움은 짐작하지 못했던 먼 곳으로부터 온다더니

역시 눈물은 불러서 오는 것이 아닌가 보다

슬픔을 꿀꺽 삼킬 수 있다는 것은

아직은 견딜 만 하다는 것일까

거울 속에 달이 뜬다

둥글고 환한 달이 머뭇머뭇 뜬다

 

 

2010. 10. 9

 

 

 

 

 

 

 

 

 

 

  • ?
    이공욱 2010.10.10 14:57
    나이 60의 우리모두의 자화상...
    아직 한참을 더 살아야 하기에 굳이 희망을 찾아야 하겠지.
    욕심만 버리면, 눈 높이만 낮추면 쉽게 찾을 수 있는 희망을...
  • ?
    박혜옥 2010.10.11 00:39
    거울 속에서 뜨는 환하고 둥근 달!!
    그것은 우리의 삶의 희망이며 삶의 의미가 아닐는지요.
    나이 60!!
    거울을 보며 살아온 날들을 돌아봅니다.
  • ?
    오정희 2010.10.11 16:23
    드러내어 누군가에게 읽힌다는것은
    뭐랄까..엄청난 허공을 견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 자신에 대하여 삶에 대하여 잠시 또 생각해 보았습니다.
    드러냄의 미학을 느끼며....
  • ?
    김용민 2010.10.11 18:02
    사진을 찍으면서 배웟지요
    짧지 않은 세월, 렌즈를 겨누며 남의 모습을 찍었던 것이 ,
    결국 돌이켜 보면 나는
    나의 모습을 찍고 있었다는는 것을요
    산도 들도 강도 .........
    모두가 나의 자화상이더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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