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울 앞에서 쓰는 이야기 -
60 이 지나면
뜨거웠던 것들도 돌처럼 식어지는 나이
푸석한 가을 해바라기 하나 거울 속에서 흔들린다.
거뭇한 얼룩은 울음이 지나간 흔적이다
긴 세월 아침마다
이를 닦고 수염 깎으며 보아 왔는데
뿌연 김 서림 사이로 불쑥 나타난 얼굴,
마음먹고 살펴보니
이마에도 눈가에도 온통 검은 반점이다
사라지지 않는 것들은 언젠가
녹이 슨다고 했던가. 아 내 삶의 녹
아니야, 이건 아니다
황급히 손바닥으로 쓰윽 거울을 문질러 본다.
눈 사위가 일그러지면서
축축한 녹물이 사방에서 번져 나온다.
주르륵 흘러내린다.
명치 끝 어디쯤에서 실핏줄이 터졌는지
마른 기억하나 뜨끔 거리며 치밀어 올라온다
뒤척이며 다가와 ,
다 엎질러진 마음을 뒤적여 놓는다.
몸은 마음 따라 간다던데
마음을 엎지른 채 빈 그릇으로 견뎌 냈으니.
눈물은 나오지는 않는다.
서러움은 짐작하지 못했던 먼 곳으로부터 온다더니
역시 눈물은 불러서 오는 것이 아닌가 보다
슬픔을 꿀꺽 삼킬 수 있다는 것은
아직은 견딜 만 하다는 것일까
거울 속에 달이 뜬다
둥글고 환한 달이 머뭇머뭇 뜬다
2010. 10. 9
아직 한참을 더 살아야 하기에 굳이 희망을 찾아야 하겠지.
욕심만 버리면, 눈 높이만 낮추면 쉽게 찾을 수 있는 희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