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거울 앞에서 쓰는 이야기 ( 미리내 행사)

by 김용민 posted Oct 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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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 앞에서 쓰는 이야기 -

 

60 이 지나면

뜨거웠던 것들도 돌처럼 식어지는 나이

푸석한 가을 해바라기 하나 거울 속에서 흔들린다.

거뭇한 얼룩은 울음이 지나간 흔적이다

 

긴 세월 아침마다

이를 닦고 수염 깎으며 보아 왔는데

뿌연 김 서림 사이로 불쑥 나타난 얼굴,

마음먹고 살펴보니

이마에도 눈가에도 온통 검은 반점이다

사라지지 않는 것들은 언젠가

녹이 슨다고 했던가. 아 내 삶의 녹

 

아니야, 이건 아니다

황급히 손바닥으로 쓰윽 거울을 문질러 본다.

눈 사위가 일그러지면서

축축한 녹물이 사방에서 번져 나온다.

주르륵 흘러내린다.

 

명치 끝 어디쯤에서 실핏줄이 터졌는지

마른 기억하나 뜨끔 거리며 치밀어 올라온다

뒤척이며 다가와 ,

다 엎질러진 마음을 뒤적여 놓는다.

몸은 마음 따라 간다던데

마음을 엎지른 채 빈 그릇으로 견뎌 냈으니.

 

눈물은 나오지는 않는다.

서러움은 짐작하지 못했던 먼 곳으로부터 온다더니

역시 눈물은 불러서 오는 것이 아닌가 보다

슬픔을 꿀꺽 삼킬 수 있다는 것은

아직은 견딜 만 하다는 것일까

거울 속에 달이 뜬다

둥글고 환한 달이 머뭇머뭇 뜬다

 

 

2010.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