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수리 / Digital
하늘 에서
가끔씩 파르르 몸을 떠는 것은 바람 때문이 아니다
홀로 마지막 숨을 고르고 있는 한 생명의
쓸쓸한 귀향
높은 곳에 서보면 안다
굳은 겨울 땅을 헤집고 올라와 하늘로 하늘로 치솟는 것이
어쩔 수없는 삶의 본능이었다면
땅을 향해 고개 숙이는 것은 무게 때문이 아니다. 두려움이다
청룡열차가 빠르게 내달릴 때 보다,
오르막길 정상에서 잠시 정지하는 순간이 더 두렵듯
높이는 내려다보는 순간 눈사태처럼 무너지는 것
목이 긴 꽃대는 가을을 먼저 느낀다
가파른 삶의 내리막길에서 허공을 잡고 허우적대는
내 몸의 당황
하늘은 높이가 아니라 의지다
돌배나무 /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