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essay] 삼 청 동

by 김용민 posted Aug 04, 201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삼청동,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무렇게나 놓여진 소소한 사물들이지만


           모두가 윤이 나고 반들거린다는 것 때문이다


           낮은 담벼락이지만 예쁘게 칠해진 간판과 창문들,


           그리고 거기에 어울리는 쇼 윈도우, 그 안에서 반짝이는 장신구들..........


           화려하지 않지만 서로서로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어둠에 익숙해지면 눈감고도 사물을 찾을 수 있다던데


           골목에 익숙해지면 골목이 만들어 놓은 삶의 미로를 찾을 수 있을까


           렌즈를 조준해 본다


           "뭐 찍어요 ?  "


 

 


       


           두터운 유리창을 통해 만나는 도시의 거리


           오늘따라 하늘은 깊은 우물 빛이다


           낯설지 않은 길들이 지금 내 눈엔 왜 새벽 물안개처럼 아슴할까


           창문에 설핏 비치는 청동 빛 세계


           그 아득함의 가운데 키 큰 나무 옆에 섰는 그림자를 본다


           나는 아직 살아 있다


 


 

           길을 걷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모두 종종 걸음이다


           어디를 향해 가는 바쁜 순례일까


           자유란 허무 끝에 피어있는 치열함이며


           버팅기며 일렁이는 바람 같은 것


           오늘은 저 걸음을 생존이라 부르지 않고 자유라 부르고 싶다


           내 삶의 슬픔이 둥그렇게 달무리처럼 떠오르는 하루


           행복이 참 아슬아슬하다


 


            김용민        사진  /  삼청동 / Dig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