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 날을 위하여
비 온 뒤끝의 하늘이 부산하다
먼 곳에서 어슴푸레 울리는 마른 천둥소리가
울음처럼 들리고
그러나 묵은 것을 말끔하게 닦아내기 위해서는
적당히 물기도 있어야 하는 법
마지막 눈물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떨구어 내고
지쳐 널브러진 구름들
빈 풍선 같은 육신을 다시 채우려 바람을 들이켜는
가쁜 숨소리, 이젠 편히 쉬어라
바람은 소리로 울고 구름은 형상으로 말한다 했던가
멀리 산등성 넘어가다 문득 뒤돌아보는
하얗게 머리 센 구름 하나
눈부시고 깨끗한 것이 모두 행복은 아니겠지만
아, 내일은 좀 푸른 하늘이기를
김 용 민
* 사진 / 한강공원 Dig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