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블로그21
조회 수 10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나는 무더기로  꽃이 피어있는 한여름의  연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꽃의 화사함 앞에서면 잔뜩 찌푸렸던 마음의 주름들이 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산처럼 가리워진 커다란 연잎파리 뒤에 제 몸 가누는 것조차  힘에 겨운 듯

              고개 떨구고 있는 지는 꽃의 안스러운 모습이 함께 보이기 때문이다




 




           꽃의 만개가 수줍음과 열정으로 가득한 모습이라면

           지는 꽃에는 식어가는 사랑처럼  안타까움과 아쉬움의 표정이 깃들여져있다

           눈길만 주어도 어쩌지 못할 것 같은 수줍음으로 막 피어오르는 빠알간 꽃잎이

           그리운 이와 함께하고 싶다는 바램의 몸짓이라면

           이파리 하나둘 떨구며 고개 숙이고 섰는 모습은 모든 것이 끝나버린 이별의 슬픔을

           견디고 있는 것이라 할까

 

 










                 추한 것으로부터 끊임없이 도전 받고 있으나

                 추한 것들로부터 끊임없는 도전으로 더욱 아름다워질 수밖에 없는 꽃들의 

                 이중적 모순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기대고 서로를 의지하다가 서로를 버리는

                 사랑의 등식이 아니더라도 갈등과 열정과 고통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있는

                  난해한 이 삶의 현장에서 나는 왜 기억을 더듬게 되는지......

 

 




               사랑의 절정으로 인한 희열이든 아쉬움이든

               사랑은 발꿈치 들고 기쁘게 달려 왔다가 꽝하고 문 닫고 돌아서 가는 것

               사랑이 식어버린 뒤 향기의 행방을 묻는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유독 소담스레 피어있는 연꽃에만 시선이 머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불과하다는

               어느 시인의 말을 기억해 본다

               저무는  몸짓이야 말로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는........




               김용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16 elgar cello concerto / du pre, barenboim & npo 김윤준 2010.08.15 17
1915 [Photo-essay] 삼 청 동 3 김용민 2010.08.04 109
1914 [詩] 푸른 날을 위하여 2 김용민 2010.07.20 78
1913 aspri mera ke ya mas / agnes baltsa 김윤준 2010.07.11 24
1912 kleine traummusik / norman candler 김윤준 2010.07.11 29
1911 water lilies / kevin kern 김윤준 2010.07.11 22
1910 imagine / helene rolles 김윤준 2010.07.11 29
1909 sad movies / sue thompson & abba 김윤준 2010.07.11 24
1908 butterfly / gerard daniel 김윤준 2010.07.11 23
1907 펄럭이는 깃발처럼 김윤준 2010.07.11 40
1906 두뇌 퀴즈 김윤준 2010.07.11 25
1905 perhaps love / john denver & placido domingo 김윤준 2010.07.11 23
1904 johann strauss 'an der schonen, blauen donau' / sumi jo 김윤준 2010.07.11 21
1903 chopin prelude no.15 'raindrop' / alfredo perl 김윤준 2010.07.11 21
1902 mozart flute & harp concerto 2nd mvt. / leitner & lombardi 김윤준 2010.07.11 20
1901 haydn trumpet concerto / alison balsom & rlpo 김윤준 2010.07.11 22
1900 놀랠 노字 영화관 2 박정숙 2010.07.07 119
» 지는 꽃에 대하여 / 세미원에서 김용민 2010.07.05 106
1898 환상의 섬과 열넷의 노란 전사 11 박정숙 2010.06.29 182
1897 mourir d amour / franck pourcel orchestra 김윤준 2010.06.20 22
Board Pagination Prev 1 ...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 130 Next
/ 13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