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이 쉴 새 없이 몸 안으로 흘러들어 왔다가
헝클어진 머리칼 끝을 통해 빠져 나간다
터질 듯한 심장과 가쁜 숨, 마음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고
가슴 가득 헝클어져있던 일상들이 서서히 풀려간다
두 개의 커다란 바퀴가 돌고 그 바퀴살에서 뻗쳐 나오는 원심력
아마 그 원심력 때문이리라
자전거를 타는 것은 달리는 것이라기보다 어쩌면 몸을 통과해가는 시간의 모습이고
흐름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자전거가 가장 인간적인 탈 것이라 말하는 것은
연료의 힘을 빌리지 않고 타는 사람의 땀으로 간다고 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자전거는 자전거를 타는 이의 마음을 따라가는 것 같다
삶이 죽을 때 까지 쉼 없이 달리고 또 달려야 하고
머뭇거리고 망설이면 쉽게 넘어지고 마는 것처럼.........
앞바퀴와 뒷바퀴가 서로 평정을 이룰 때 자전거는 서서히 앞으로 나아간다
자전거 달릴 수 있는 것은 힘의 물리적 현상이 아니라 리듬이자 생명현상이다
함께 어우러지고 하나가 되어야 하는...
서로를 향하여, 누군가를 향하여 저렇게 자전거처럼 달렸으면 좋겠다
삶의 신비는 기진함 속에서도 부서지고 새롭게 생겨나는
작은 반짝임 속에 있는 것
쉴 새 없이 바퀴가 구르면서 바퀴살이 햇살에 부서진다
시간은 인간의 것이 아니어서 한번 가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길은 인간이 만든 것이어서
반드시 다시 돌아 올 수 있도록 뻗어 있다
모든 굽이를 다 돌 수 없고, 모든 언덕을 다 넘을 수 없어도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자신 있게 앞을 보며 달려 나갈 때
세상의 길은 몸 안으로 흘러들어와 활짝 열린다
김용민
맨 밑의 사진의 뒤통수가 왜이리 친근하고 서글플까?